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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의 멸망, 스테이블 코인의 위기?

plate 2022. 5.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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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ath Spiral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왔다. 특히, 특정 자산을 담보로 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Decentralized Money’를 주창한 UST의 발행량은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그 과정에서 LUNA는 지속적으로 소각되며 시총 6위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UST 시가총액 Chart (1Y)

UST는 크립토나 실물 달러를 담보로 하여 페깅을 유지하는 DAI, USDT와 달리 오로지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UST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 LUNA를 소각하여 $1의 가치를 유지하고, 하락 압력을 받을 때는 LUNA의 발행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UST의 문제점은 ‘Death Spiral’, 이름하여 죽음의 소용돌이다.

지금처럼 UST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멈추게 되고, UST에 대한 매도 압력이 강해지면 LUNA의 발행량은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LUNA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루나와 UST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UST를 상방으로 끌어올리려는 차익거래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면 UST의 페깅은 금방 회복될 테지만, 생태계에 급격한 공포가 도래한다면 UST의 페깅 붕괴 → 루나 발행량 증가에 의한 루나의 가치 급락 → UST 매도 수요 더 상승 → .... 과 같이 겉잡을 수 없는 악순환(Death Spiral)에 빠진다는 것이다.

 

2. UST 페깅의 붕괴

2022년 05월 10일,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페깅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UST Chart (22.05.06 - 22.05.13)

4월 초, 테라 Do Kwon은 UST의 타 체인 활용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존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풀이었던 3Pool(DAI, USDT, USDC)을 대체할 4Pool(UST, FRAX, USDT, USDC)의 출시를 발표하게 된다.

3Pool에서 4Pool로의 유동성 이전을 위해 LFG(Luna Foundation Guard)는 자금을 잠시 인출하게 되는데, 그 때 대량의 UST-USDC 스왑 → 3.5억 UST의 인출이 발생하며 페깅이 깨지게 된 것.

UST의 인출로 인해 DEX의 페깅이 깨진 후, 익명의 지갑은 모든 UST를 CEX인 바이낸스에서 매도하였고, UST와 LUNA 토큰은 ‘Death Spiral’에 빠지게 된다.

급격한 페깅의 붕괴가 발생하자 UST 매도 압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루나의 발행량이 무한대에 가까워지면서 UST와 연동된 LUNA 토큰의 가치는 처참하게 박살났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LFG는 페깅에 대한 준비금으로 42,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100억 달러의 준비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만...

 

 

3.스테이블코인의 미래

UST가 시총 10위 토큰으로 등극하게 되면서,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의 성공 가능성을 본 여러 개발자들은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의 개발에 앞다투어 뛰어들게 된다.

 

UST 이후 니어(NEAR) 프로토콜의 USDN, 트론(TRX) 프로토콜의 USDD 등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이 런칭되었으나, 런칭 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4월 출시된 니어 프로토콜의 USDN의 페깅을 유지하는 수단인 웨이브(WAVE)의 시총은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테라 붕괴 1주일 전인 5월 5일(..) 출시된 트론 기반의 USDD의 페깅도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USDN의 알고리즘 Counterpart인 WAVE 토큰의 가격 추이
니어 프로토콜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N의 차트, 지금까지도 페깅이 붕괴되어 있다.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의 영향때문인지, 담보부 스테이블코인을 대표하는 테더와 DAI 또한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실물 달러를 담보로 $1 페깅을 유지하고 있는 테더의 경우 준비금을 정말로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을 담보로 하는 DAI에 비해서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중.

USDT 또한 UST 사건의 영향으로 페깅이 0.95까지 붕괴되었다.

크립토 시장의 사이즈가 수 년 전 대비 매우 커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제도권에 비하면 손톱 때만도 못한 수준이었다. 루나 토큰은 크립토 시장에서 시총 6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18B 규모의 UST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250M 이면 충분했다.

 

화폐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신뢰에 기반한다. ‘이 화폐의 지불을 통해 가치를 갖는 재화를 얻을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진다면 화폐는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UST의 페깅에 대한 의구심은 공포가 되어 신뢰에 기반한 가치를 없애버렸고, ‘Risk-Free’는 없다는 것을 공고히 보여주었다.

 

유동성 플레이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에, 알고 스테이블 쪽은 지속적인 챌린지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며, 담보부 스테이블 또한 취약점 보완에 혈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4. Centralized Stablecoin?

테라 붕괴를 통해, 미국 정부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명분을 얻었다. 비록 법정 통화를 페깅한다고 한들, 정부의 승인도, 납세도 없이 자유로이 발행,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정부에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실제로 테라 공격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존재한다.)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이 실패하면서,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Circle에서 발행되는 USDC의 지위가 올라가고 있다.

USDC는 달러화를 담보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다. USDC는 그에 대응하는 미국 달러에 의해 100% 담보가 되며, 이는 주기적인 공시의 대상이 되는 계정에 보관된다. 담보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서클은 회계법인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유통 중인 USDC 토큰들의 담보에 대한 감사를 매달 시행 및 공시하고 있다. 테더와는 달리 미국 정부와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USDD, DAI 등의 스테이블코인과는 궤를 달리한다.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크립토 마켓이지만, 스테이블의 가치 안정화에는 Centralized Power가 직빵인게 흥미롭다.

 

5. 반성, Echo Chamber의 위험

나 또한 상당한 액수를 UST로 보유하고 있었고, 테라 생태계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여 포트폴리오의 15% 정도를 루나 토큰과 관련 프로토콜 토큰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뼈 아픈 손실을 겪었다. 루나 토큰에 대한 포지션이야 물론 변동성을 내재하는 토큰인 만큼 리스크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UST의 페깅 이슈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보유하고 있던 UST를 모두 0.7BUSD로 스왑하게 되면서, 30%의 확정 손실을 지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김치 프리미엄이 7% 이상 껴 있었다는 것과 미친듯이 상승했던 환율 정도...

 

크립토 관련 정보가 Linkedin, Youtube,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면 이미 Outdated된 정보인 만큼 관련 시황을 파악할 때는 트위터와 Reddit을 참고하게 된다. 문제점은 유튜브와 유사하게 트위터 또한 내가 참고하는 정보와 관련된 트윗을 띄워주고, 그걸 또 팔로우하게 되면서 한 쪽 의견만 보게 되는 Echo Chamber에 갇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태가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FTX 거래소의 UST Funding fee가 급격하게 오르는 등의 몇몇 전조가 있었지만, 낙관론자만 존재하는 트윗의 무더기 속에서 지나쳤던 것 같다. 의견을 달리하는 트윗들을 더 참고했더라면 손실을 조금 더 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확증편향을 항상 경계해야겠다는 수업료를 쎄게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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